나사에서 1966년 발행한 Assessing Technology Transfer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수명의 관점에서 인류의 마지막 5만년을 보면, 진보의 속도를 쉽게 알 수 있다. 5만년의 시간은 800명의 수명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이 800명 중 650명은 동굴 또는 그보다 못한 곳에서 살았고, 마지막 70명만이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가졌으며, 마지막 6명만이 인쇄물을 보거나 온도를 측정할 수 있었고, 마지막 4명만이 시간을 정확히 잴 수 있었고, 마지막 2명만이 전기모터를 사용했다. 우리의 물질 세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마지막 800번째 사람의 수명 내에 개발된 것들이다.
언어와 문자, 종교, 이념과 사상, 경제 체제, 사회 시스템, 지명과 도로와 건물, 사람의 생애주기까지 모든 것들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와 같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만든 것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간의 길이를 과장해서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전통이 있고,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14세기 고려 말기를 살던 사람은 지금 우리와 매우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시간적 차이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과 우리는 사는 방식과 환경이 매우 다른데, 이것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인류의 역사는 아직 무척 짧다. 인류 최초의 건물은 약 12000년 전에 세워졌는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연도에 10000을 더하면 인류 진보의 시간과 맞아 떨어진다. 올해를 2020이 아니라 12020년으로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 우리가 어디 쯤 있는지 조금 더 알기 쉽다. 자연적으로 존재했고, 지금까지 항상 있어왔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가 당연하다 여겼던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이 틀에 갖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