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톤이 좀 익숙해지고 나서는 참가할 때마다 팀원들에게 최대한 작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욕심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뭐라도 데모 때 보여줄 수 있는 걸 완성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눈속임으로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정말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항상 숨어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게 만들자는 제안이 수용되지 않았는데 뭔가 완성된 경우는 없었다. 회의와 토론에 시간을 전부 쓰기 때문이다. 작게 만들기로 약속했더라도 얼마나 작게 만들 것인지는 조금씩 생각이 다른데, 이런 약속이 없다면 구현은 뒷전이고 정말 행사가 끝날 때까지 회의만 한다.
모든 것이 익숙하더라도 단 하나의 챌린지가 있으면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해커톤에서는 모든 것이 챌린지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만나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팀원들의 기술 스택도 일정하지 않다. 마감까지 시간도 짧다. 환경도 열악하다. 와이파이 안 터지면 정말 망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정말 단 하나의 기능만 한다. 하지만 그 하나의 기능이 나에겐 상당히 도전적이다. 그래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생각보다도 더 오래걸리고 있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한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만 집중하자. 제품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지만, 핵심 가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