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k shaving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것을 야크 쉐이빙(Yak shaving)이라 한다. 요리를 하기 전에 먼저 설거지를 하거나, 시험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방청소를 하는 것이 야크 쉐이빙이다.

한 단계정도의 야크 쉐이빙(A -> B)은 괜찮다. 여러 단계(A -> B -> C -> D)라면 문제가 있다. 본래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원래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직접 일을 진행하면서 요구사항을 직면하기 전까지는 이 작업이 몇 단계의 야크 쉐이빙이 필요한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단계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네 단계, 다섯 단계일 수도 있다.

내가 쓰던 블로그를 그대로 두고 텀블러에서 새로 글을 쓰는 이유도 야크 쉐이빙을 없애는데에 목적이 있었다. 이전 블로그는 Github pages 위에서 호스팅했는데 글 쓰는 과정이 매우 길었다. 글을 하나 쓰려면

  1. 컴퓨터를 켜고
  2. 에디터를 켜고 (유튜브도 켜고)
  3. 메모장에서 글감을 가져와 붙혀넣은 뒤에
  4. 마크다운 문법이 올바른지 확인하고
  5. git commit && git push

해야한다. 과정을 줄여보려고 netlify-cms를 블로그에 통합했지만, 속도가 느리고 과정도 별로 줄지 않았으며 모바일에서의 경험이 나빴다. 이전에 썼던 글들도 이미지가 깨져 수정해야한다. 그래도 Github 위에 블로그를 운영하는게 개발자로써 좀 더 있어보인다. 커스터마이징도 자유롭다. 이전 블로그를 계속 가지고 가면서 적용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솔루션을 찾던 도중에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글 안쓰니?

뜨끔. 빠르게 글을 쓰자는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 얼른 블로그 플랫폼 하나를 선택했다. 이제는 글감을 붙혀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모바일에서도 빠르게 글을 쓸 수 있다.

야크쉐이빙은 대부분 욕심이다. 꼭 하지 않아도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일을 길게 늘어뜨린다.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다면 야크쉐이빙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다. 해야만 하는 일을 마주하기 두려워 곁가지만 계속 쳐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